MD 한마디
[공감 불능 사회, 차가움을 녹이는 아몬드] 감정을 느끼지 못해 '괴물'이라고 손가락질받던 한 소년의 특별한 성장 이야기. 감정이 흘러넘치는 또 다른 '괴물' 친구를 만나 관계 맺고 성장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타인의 감정에 무감각해진 ‘공감 불능’인 시대에 큰 울림을 전한다.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소설MD 김도훈
공감 불능 사회, 차가움을 녹이는 아몬드
매혹적인 문체, 독특한 캐릭터, 속도감 넘치는 전개!
“고통과 공감의 능력을 깨우치게 할 강력한 소설”
영화보다 강렬하고 드라마처럼 팽팽한, 완전히 새로운 소설이 나타났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특별한 성장 이야기로, 첫 장부터 강렬한 사건으로 시작해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흡입력 강한 작품이다. 또한 타인의 감정에 무감각해진 ‘공감 불능’인 이 시대에 큰 울림을 주는 소설로, 작품 속 인물들이 타인과 관계 맺고 슬픔에 공감하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탁월하게 묘사했다. 영화처럼 펼쳐지는 극적인 사건과 매혹적인 문체로 독자를 단숨에 사로잡을 것이다.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를 잇는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아몬드』의 주인공 ‘윤재’는 감정을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는 독특한 캐릭터다.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의 이면을 읽어 내지 못하고 공포도 분노도 잘 느끼지 못하는 윤재는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가까스로 버텨 오고 있다. 엄마에게서 남이 웃으면 따라 웃고, 호의를 보이면 고맙다고 말하는 식의 ‘주입식’ 감정 교육을 받기도 한다. 세상을 곧이곧대로만 보는 아이, ‘괴물’이라고 손가락질받던 윤재는 어느 날 비극적인 사건을 맞아 가족을 잃게 되면서 이 세상에 홀로 남는다.
그런데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던 순간에 윤재 곁에 새로운 인연이 다가온다. 어두운 상처를 간직한 아이 ‘곤이’나 그와 반대로 맑은 감성을 지닌 아이 ‘도라’, 윤재를 돕고 싶어 하는 ‘심 박사’ 등이 그러한 인물들이다. 윤재와 이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타인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럼에도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상실을 애도할 시간, 감정을 보듬을 여유를 잃어버린 채 살고 있는 독자들은 윤재를 응원하면서 자신의 마음 또한 되돌아볼 기회를 얻을 것이다. 윤재의 덤덤한 어조는 역설적으로 읽는 이의 가슴을 더욱 슬프게 저미며, 독자는 이 작품을 통해 깊고 진실한 감정의 고양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수필 강사님이 추천해주신 책이다. 제목이 특이하다. 얼굴형이 아몬드처럼 생긴 남자아이가 무표정한 모습을 하고 있다. 머리색도 옷도 갈색빛으로 아몬드 색과 닮았다. 무슨 사연일까?
영화보다 강렬한, 드라마처럼 팽팽한 한국형 영어덜트 소설의 탄생!
* 영어덜트 : 소비자를 연령별로 세분화시킨 경우, 보통은 22~25세까지의 사람들을 말하는데 트렌드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발생한다.
* 어덜트 : 성인이라는 뜻인데 여기에서는 패션 시장을 나이에 따라서 세분화할 경우에 쓰인다. 22~25세 정도를 영 어덜트, 25~35세를 미스, 35세 이상을 미세스 등으로 분류해서 이런 연령층을 총칭한 용어. 나라나 시대 트렌드에 따라 나이의 범위는 탄력적으로 운용된다.
이재용 감독의 추천 글을 보니,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라고 쓰여 있다. 앞표지에 있는 소년의 이야기인가보다. 영화보다 강렬한, 드라마처럼 팽팽한 한국형 영어덜트 소설! 얼른 읽고 싶다.
일러두기
* 알렉시티미아, 즉 감정 표현 불능증은 1970년대 처음 보고된 정서적 장애이다. 아동기에 정서 발달 단계를 잘 거치지 못하거나 트라우마를 겪은 경우, 혹은 선천적으로 편도체의 크기가 작은 경우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편도체의 크기가 작은 경우에는 감정 중에서도 특히 공포를 잘 느끼지 못한다. 다만 공포, 불안감 등과 관련된 편도체의 일부는 후천적인 훈련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 소설은 사실에 근거하되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알렉시티미아를 묘사하였다.
나에겐 아몬드가 있다.
당신에게도 있다.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거나
가장 저주하는 누군가도 그것을 가졌다.
아무도 그것을 느낄 수는 없다.
그저 그것이 있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아몬드가 대체 뭘까? 상상해보려 해도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1부~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삽화가 인상적이다. 주인공의 모습을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슬라이드가 움직이듯 표현했다. 총 233 페이지고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읽었다.
주인공 선 윤재를 표현하자면, '빨간 물감을 뒤집어쓴 것처럼 온몸이 피로 물든 아이를 보고도 무덤덤하게 "죽을지도 몰라요"라고 말하는 아이, 하굣길에,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여자애를 보고도 그 애가 일어나길 기다리며 여자애의 뒤통수에 매달린 미키마우스 머리 끈만 바라보며 서 있는 아이, 할멈이 예쁜 괴물이라고 부르는 아이' 등이다. 윤재는 웃지를 않는다. 표현 불능이라고 하지만 표현을 못 한다기보단, 잘 느끼지를 못한다.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하고, 감정의 이름들을 헷갈린다. 의사들은 선천적으로 내 머릿속의 아몬드, 그러니까 편도체의 크기가 작은 데다 뇌 변연계와 전두엽 사이의 접촉이 원활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 거라고 말한다.
윤재의 엄마는 행여나 윤재의 두뇌에 도움이 될까 싶어 아몬드를 챙겨 먹인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랬을 것 같다. 내 첫째 아이도 생후 2개월 때 혈소판 감소증 판정을 받았었다. 당시 의사는 백혈병일 수도 있다며 겁을 줘서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을 느꼈었다. 다행히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맞고 1년 동안 혈소판 수치가 유지돼서 완치 판정을 받았다. 지금은 건강하게 내 옆에 있다. 난 아이가 먹는 대부분의 음식을 직접 만들었다. 아몬드를 먹였던 윤재 엄마와 내가 같은 마음이었을 거로 생각한다. 윤재 엄마는 묻지마 폭행을 당해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 누워있다. 1부에서는 깨어나기 어려울 거라고 한다. 하지만 책의 말미에 기적적으로 회복해 윤재를 안고 행복한 눈물을 흘린다. 해피엔딩이다.
윤재는 윤 박사의 아들 곤이 대신 곤이 엄마를 만난다. 곤이 엄마는 놀이공원에서 곤이의 손을 놓쳤다는 죄책감에 평생을 시달리다 병이 들었다. 윤 박사는 시한부인 아내에게 불량배스러운 곤이를 차마 보여줄 수 없었을 것 같다. 이런 곤이를 보면 아내가 더욱 자책하며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하지만 곤이에게 엄마를 만나볼, 안아볼 기회를 빼앗은 건 너무나 잘못한 일이다. 이건 곤이 엄마에게도 마찬가지다. 곤이 엄마는 곤이가 어떤 모습이라도 행복해했을 것 같다.
어땠어? 그 여자.
마지막엔, 마지막에는 뭐라고 했냐.
마지막엔 날 안아 주셨어. 꽉.
따뜻했냐, 그 품이.
응. 많이.
곤이는 윤재를 자주 찾아온다. 윤재와 친해지고 싶어서 찾아오는 줄 알았는데 이유가 따로 있었다. 엄마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곤이가 윤재에게 막 대하고 때린 이유도 '네가 뭔데 나 대신 내 엄마를 만나?' 이런 마음이었을까 싶다. 교수로서 세상의 평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곤이 아빠는 곤이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나 보다. 십삼 년 만에 만난 아들이 어떻게 지냈는지보다 자신의 위치에 걸맞은 아들로 서주길 바란 것 같다. 기억 속에 남아있던 '따뜻하고 보드라웠던 엄마의 손'을 만져볼 기회를 잃은 곤이에게 큰 상처가 됐을 것 같다. 센 척하지만, 서너살 때의 여린 마음 그대로 성장한 곤이가 안쓰럽다.
달려서 뭐하려고?
그냥 달리는 거야. 그냥! 사는 거처럼, 그냥!
그럼 부모님은 네가 뭘 하길 바라셔?
몰라. 전엔 그렇게 운동이 하고 싶으면 그나마 돈이 되는 골프를 하래.
도라는 '달리기 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 하지만 부모의 반대로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 윤재의 엄마는 윤재가 커서 뭐가 됐으면 좋겠다 보다 평범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나도 첫째 아이가 어릴 때 특별한 어른이 되길 바랐다. 아이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애썼다. 지극히 평범한 아이를 특별하게 교육하다 보니, 내가 바랐던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특별하게 자란 것 같다. 현재는 기대를 낮추고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며 아이 스스로 좋은 선택을 하도록 조언하는 정도로 지낸다. 부모와 아이가 한 방향으로 바라봐야 편안한 것 같다. 부모의 욕심으로 '아이의 꿈이 증발한 상태'를 지속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 애의 머리칼이 내 얼굴을 때렸다.
아, 내가 짧게 신음했다.
따가웠다.
갑자기 가슴속에 무거운 돌덩이가 하나 내려앉았다. 무겁고 기분 나쁜 돌덩이가.
.
윤재에게 첫사랑이 찾아왔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 몸무게가 늘고 키가 크듯 윤재의 뇌도 성장한 걸까? 엄마의 노력이 토대가 되었을까? 곤이라는 친구를 만나고 타인에게 관심을 두게 됐다. 사춘기 소년이라면 느껴봄 직한 이성의 감정을 도라에게 찾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도라를 통해 알게 된 감정이, 윤재가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자 하는, 한 걸음을 내딛게 한 것이다.
나 말이야, 그냥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대로 살아보려고 해.
사실 그게 내가 제일 잘 아는 거기도 하고.
공부를 많이 하거나 몸을 키워서 강해지는 방법도 있겠지.
근데 그런 건 나한텐 안 어울리잖아? 너무 늦었거든.
난 너무, 늙어 버렸으니까.
나한테 제일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이기고 싶어.
상처받은 걸 멈출 수 없다면 차라리 상처를 줄 거야.
고작 16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자신을 '늙어버렸다'라고 말한다. 너무 슬펐다. 어른들이 이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마음을 보듬어주었다면 좋은 방향으로 성장했을지도 모른다. '미움은 사랑으로 치유할 수 있다'라고 한다. 윤박사가 곤이의 말을 믿어주었다면, 아니 처음 만났을 때 아빠 품을 떠나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알아주었다면 곤이가 덜 아파했을 것 같다. 아쉬움이 남는다.
차라리 저 녀석이 없었더라면, 영영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자주 상상하곤 했다...
더 끔찍한 건 뭔지 아니... 애초에 낳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그 애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모든 게 지금보다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는 거야.
그래, 끔찍하게도 친아비가 아들에 대해 이런 생각을 했다.
오, 이런 말을 네 앞에서 하다니 믿을 수가 없구나...
윤교수의 마음이 이해는 된다. 나도 차라리 혼자였다면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이렇게 말이다. 생각을 바꾸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아이가 미운 모습을 보일 때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내 옆에 있잖아.'라고 생각하면 또 참을만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
너무 멀리 있는 불행은 내 불행이 아니라고, 엄마는 그렇게 말했었다.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아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묻지마 폭행을 하고 살인을 저지른 사람을 누구도 저지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엄마는 병상에 누워계신다. 살인자가 폭행 도구를 휘두르는 순간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커, 아무도 나서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윤재는 누구보다 그 사람을 막고 싶었을 거다. 그래서 곤경에 처한 곤이를 찾았던 것 같다. 더 이상 자신의 주변에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사진 속에서 도라가 달리고 있다.
두 다리가 공중에 떠 있는 게 꼭 하늘을 나는 것 같다.
도라는 육상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갔다.
전학을 가자마자 구 대회에서 2등을 했다.
증발했다던 꿈을 되찾은 모양이다.
내 둘째 아이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잘 그리지는 못했는데, 표현력이 좋았다. 난 둘째 아이가 공부하면 잘할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욕심으로 학원을 보내고 과외도 시켰다. 본격적인 진로 선택의 순간이 오자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남편에게 말했고 아이가 원하는 걸 하게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자, 아이가 달라졌다. 부모가 욕심을 버리면 아이는 행복해진다. 둘째 아이가 증발했던 꿈을 되찾게 된 것 같아 좋다.
매일매일 아이들이 태어난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축복받아 마땅한 아이들이다.
나는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괴물로 만드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
아이들은 사랑을 갈구하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사랑을 주는 존재들이다.
당신도 한때 그랬을 것이다.
작가의 말이다. 더 이상 보탤 말이 없다. 작가의 말을 마음에 새기며 아이들에게 무조건적 사랑을 주는 어른으로 남고 싶다.
세 살 때 엄마를 잃은 곤이는 '따뜻하고 보드라웠던 엄마의 손'을 기억한다. 윤재는 '내 머리는 형편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는 말을 한다.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윤재의 입을 통해, '나는 부딪혀 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듯 삶이 내게 오는 만큼. 그리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을.'이라고 말한다.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자식 중 유일하게 나를 안고 엎고 귀히 여겼다는 어머니의 말을 기억한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이 말을 되뇐다. 한때 태어난 이유를 고뇌했던 적이 있다. 사람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다. 의심치 말고 행복하게 살자.
자식은 내 맘대로 안 된다. 알고 있지만 성과를 내면 '더 잘했으면' 하고 바라며 욕심을 냈다. 아이들이 원하는 건 욕심이 아니라 사랑이다. 아침마다 큰아이를 독서실에 데려다준다. 때때로 아이에게 잔소리한다. 하루는 아이가 "아침에 엄마가 독설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아요."라고 말했다. 나도 안다. 반성한다. 앞으로는 긍정의 언어로 사랑을 전해야겠다.
다음 책은 우노 다카시의 <장사의 신>으로 정했다.
아몬드 지은이 : 손원평 펴낸곳 : 창비 발행일 : 2018. 5.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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